사업개발 파트너십의 3가지 유형 - 우리의 파트너십은 어디에 속할까?
세상의 거의 모든 파트너십은 이 3가지 범주에 속합니다.
파트너십, 흔히 쓰이지만 의미는 제각각인 단어
‘파트너십(제휴)하자’ 라고 쉽게 말하고는 하는데, 각자가 말하는 "파트너십"에 대해 머릿속에 그리는 그림이 전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한쪽은 우리 제품을 자기 고객에게 재판매해주는 채널을 원하고, 다른 한쪽은 기술 연동을 통한 공동 솔루션 개발을 기대합니다. 심지어는 단순한 ‘세일즈’인데, “파트너십이 하고 싶어요”라고 그 숨은 의도(?)를 감추는 경우도 많습니다.(정말 정말 많습니다)
이러한 오해는 "파트너십"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너무 넓어서 생긴 문제이기도 합니다. 마치 "운동하자"라고 했는데 한 명은 마라톤을, 한 명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떠올린 것과 비슷합니다.
(관련 글 - 파트너십은 왜 '존재'해야하는가?)

아무튼 기업은 모든 것 - 1) 만드는 것, 2) 파는 것, 3) 운영하는 것 - 을 ‘동시에 다 잘할 수 없기 때문’에 파트너십이 꼭 필요한데요. 파트너 각자가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면 각자가 만드는 시장 내 임팩트 총합은 훨씬 커집니다. 제대로 된 파트너십은 만들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파급효과는 굉장히 큽니다.
그래서 파트너십은 무엇일까요? (SW 산업을 중심으로 쓰겠습니다.)
거의 모든 파트너십은 이 3가지 유형에 속합니다.
산업 불문 파트너들은 우리가 속해있는/속하려는(가령 축산, 자동차 시장 등) 시장의 Value-chain(가치사슬)을 구성합니다. 각각은 시장 참여자로서 각자에게 필요한 요소를 제공합니다.
축산업이라면 ‘목축업자 → 가공 → 유통 → 소비’ 까지 이어지는 각자 단계마다 사업자가 존재하고요. 당연하게도 제조업에도 비슷한 구조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거래처’(L모 전자 분들은 신박하게 ‘공급선’이라 표현)가 곧 파트너이자 고객이기도 할 것입니다.

좋은 파트너십은 나의 제품과 서비스 제작과 확산에 도움이 됩니다.
- 1) 잘 ‘만드는데’ - 혼자서 모든 요소를 다 만들 수는 없음. 보다 높은 수준, 적은 단가로 만드는게 기여
- 2) 잘 ‘파는데’ - 모든 고객에 직접 닿을 수 없고, 모든 유통 채널을 가질 수 없음. 더 많이 / 더 용이하게 잘 팔리게 도움.
- 3) ‘새로운 시장을 창출/진출하는데’ - 낯설거나 모르는 시장에서 리스크 분산, 기회 극대화
- 번외) 잘 '운영'하는데 - 각 기업의 비핵심 영역을 '아웃소싱'하는 파트너도 존재함.
IT 산업으로 단순화 하자면 편의상 1) 만드는 것을 ‘테크 놀로지'(기술) 파트너십으로, 2) 파는 것을 ‘리셀러 / 채널’ 파트너십으로, 3) 판을 재정의할만한 신시장 창출을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정의해보겠습니다.
파트너십을 설계할 때는 반드시 상대와 기대하는 바를 먼저 정의하고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기대하는 바를 맞추지 않으면 이 과정에서 엄청난 커뮤니케이션 리소스가 발생합니다. 상대가 테크놀로지 파트너인지, 리셀러 / 채널 파트너인지, 전략적 파트너인지. 이 세 가지는 구조도, 성공 조건도, 관리 방식도 다릅니다. 물론 한 파트너와 동시에 여러 파트너십이 성립할 수도 있습니다. 그 의미를 실무자 관점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
📍테크놀로지(기술) 파트너십: 제품 / 서비스를 함께 만드는 파트너

테크 파트너십은 제품 혹은 (제품을 위한) 인프라 간 연동이 핵심입니다. D2C(자사몰)을 만드는 웹 빌더 Shopify와 결제를 구현하는 Stripe의 결합처럼, 서로 다른 두 제품이 함께 쓰일 때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주는 관계입니다. API 생태계가 잘되어 있는 미국 B2B 소프트웨어에서는 매우 흔한 유형입니다. (반대로 한국, 일본 쪽 소프트웨어들은 상대적으로 API 개방에 폐쇄적인 편임.)
결국 테크 파트너십은 "무엇을, 얼마나 깊게 함께 만드는가"의 문제입니다. 이러한 파트너십을 설계할 때 서로의 "공유 고객"을 제일 먼저 확인하면 좋습니다. 제일 좋은 것은 상호 간 고객은 겹치는데 팔 것이 겹치지 않는 상태고요. 우리 제품과 상대방 제품을 동시에 쓰는 고객이 얼마나 되는지. 이 숫자가 유의미하면 연동에 대한 수요가 검증된 거고, 숫자가 적으면 "있으면 좋겠지만 급하지 않은" 파트너십이 되기 쉬워요.
테크 파트너십에서 가장 위험한 함정은 '연동하면 고객이 올 거야'라는 착각입니다. 반대예요. 공유할 수 있고, 상호 확장이 가능한 고객군이 있으니까 연동하는 겁니다.
설계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1) 통합 깊이: 단순 데이터 전달(Webhook)인지, 양방향 동기화인지, 임베디드(제품안에 붙어있는 강결합) 통합인지. 깊이가 깊을수록 고객 가치는 높지만 유지보수 비용도 올라감. 흔히 '의존성'(dependency)이 올라간다고 표현함.
- 2) 유지보수 책임: 상대방이 API를 변경 및 시점 등의 책임을 계약에 명시해야 하고, 상시 소통해야함. 안 그러면 연동이 깨진 채 몇 달씩 방치되는 상황이 생김.
- 3) 공동 마케팅: 연동을 만들어놓기만 하면 아무도 모름. 공동 웨비나, 공동 사례 연구, 마켓플레이스 리스팅 같은 GTM 활동을 함께 계획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음.
한편 '만드는 파트너십'은 제품 간 상호 강점을 극대화 하기 위한 '연동'도 있지만, 제품이 '의도한대로 기능'하기 위해 '어떤 특정한 인프라'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주로 통신, 결제 등 필요한 인프라를 제품에 붙이기도 해야합니다.
이러한 기반 인프라 구축에 엄청난 돈도 많이 필요하고, 규제도 대응해야합니다. 때문에 개별 SW 기업 진짜 본질적인 역량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CRM SaaS 서비스를 만들자고 데이터센터를 짓거나, 전화 앱을 만들자고 통신망을 까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죠.
이런 인프라는 높은 확률로 사다 쓰는 게 낫습니다. 그리고 이미 B2B 인프라 시장이 있고요.

B2B SaaS 인 채널톡의 고객사 입장에서는 이 인프라(메시지 발송, 결제, 통신 등)가 어디에서 왔는지 잘 모릅니다.(사실 보안 문제없고, 잘 기능하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 메시지 발송만, 결제만, 전화만 잘되면 그만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twilio처럼 전세계 주요 통신사와의 기술제휴를 끝내놓고, 필요하면 '사서 쓰라'는 플랫폼 인프라 사업자.(CPaaS : Communications Platform as a Service 라고 부릅니다.)의 서비스를 쓸 수도 있고, 한국/ 일본의 경우에는 규제가 더 복잡해서 통신사와 직접 협상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도 넓은 의미에서는 기술 파트너일 수 있습니다. 우리 제품 생태계를 구성하는 근간이니까요.
📍리셀러 / 채널(간접판매) 파트너십: 새로운 / 약한 시장 공략을 위해 유통 채널을 빌리는 것

리셀러 / 채널 파트너십('재/간접 판매') 은 가장 일반적인 파트너십 형태입니다. 쉽게 말하면 파트너가 우리 제품을 대신 팔아주는 것입니다. 핵심은 '유통 채널의 확장'입니다. 우리가 직접 영업하기 어려운 시장(특정 산업군, 특정 지역, 특정 규모의 기업)에는 파트너의 파는 역량을 믿고 맡기는 것입니다. '물리적인 상품의 제조'가 있는 산업에서는 파트너십이라고 말하기 멋쩍을 정도로 일반적이죠.

물론 어떤 산업에서나 D2C(Direct to Consumer : 기업이 유통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자체 웹사이트나 앱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는 어렵습니다. 만들기도 잘하면서 직접 파는 것까지 잘하기는 정말 쉽지 않죠.
이러한 이유로 IT 업계(특히 B2B)에서도 리셀러는 매우 흔합니다. 흔히 VAR(Value Added Reseller)라고도 하는데요. Salesforce의 AppExchange 파트너나 AWS의 채널 파트너 프로그램이 대표적입니다. 압도적인 사용자를 갖고 있는 SF와 AWS에 영업망과 앱스토어 같은 인프라를 활용해서 더 빠르고, 쉽게 고객에게 닿는 것이죠.
리셀러 / 채널 파트너십('간접판매')을 설계할 때 체크해야 할 포인트입니다.
- 1) 마진 구조 : 파트너에게 얼마나 떼어줄 건지. 보통 15~30% 범위인데, 파트너가 단순 소개만 하는지 아니면 기술 지원까지 하는지에 따라 달라짐.
- 2) 고객 소유권(영업 권역) : 고객 정보와 관계를 누가 갖는지. 초기에 합의되지 않으면 반드시 충돌이 생김. 원칙과 지속적 조정이 없으면, 직접 세일즈 채널과 간접 세일즈 채널의 갈등이 심화됨.
- 3) 파트너 역량 : 모든 리셀러가 우리 제품을 잘 파는 건 아님. 파트너의 세일즈 팀이 우리 제품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지, 교육과 인증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함.
솔직히 말하면, 리셀러 / 채널 파트너십(재/간접 판매)은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파트너가 알아서 팔아줄 거야"라는 기대는 거의 실현되지 않습니다. 파트너도 자신의 혹은 다른 매력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팔기 바쁘니까요. 리셀러에게 우리 제품을 팔 동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SW 산업에서는 '자기가 직접 못파는 것'을 대신 팔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직접 가장 잘 팔 수 있어야' 하고, 그 know-how를 우리가 미처 닿지 못하는 시장(지역, 산업 등)에 확산시킬 수 있는 '촘촘한' 채널이 간접판매 파트너가 되는 것이 타당합니다.
다음 도식도를 참고해보십시오.

📍전략적 제휴: '전략 레벨'에서 사업을 함께 개척함

'전략적 제휴'는 앞의 두 유형과 차원이 다릅니다. 단순히 제품 하나를 파는 것도, 기능 하나를 연동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업의 방향 자체(더 나아가 기업 차원..)를 함께 설계하는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상호의 역량은 서로에게 가치있고 희소해야합니다. 전략적 제휴 레벨에서는 '단순히 돈으로 살 수 없을 정도' 여야 합니다.
이 유형은 최고 의사결정권자 레벨(최소 C-level)의 관여가 필수입니다. 사업개발 실무자 선에서 합의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이에요. 때로는 상호 간의 지분 교환 등 *투자까지도 함께 일어납니다. 전략적 제휴 레벨에서우리 사업개발의 역할은 '결정' 그자체 보다는 "딜의 구조를 설계하고 내/외부 의사결정자를 설득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전략적 제휴는 성사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성사된 후에도 관리가 복잡합니다. 하지만 성공하면 회사의 성장 궤도를 바꿀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유형이기도 합니다.
24년말 발표한 네이버와 넷플릭스의 전략적 제휴는 각자가 가진 '강점과 약점'을 적절히 스왑한 케이스였습니다. 그 시점 네이버는 커머스 멤버십에서 '콘텐츠'가 가장 취약했습니다. 반면 경쟁자인 쿠팡이 로켓와우 멤버십에서 쿠팡플레이로 독자적인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었죠. '콘텐츠 때문에 멤버십'을 유지할 정도로 매력적이었습니다.
넷플릭스는 정반대 고민을 안고 있었습니다. 계정 공유 단속 이후 새로 만든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의 가입자를 빠르게 늘려야 하는 단계였습니다. 광고 BM은 가입자 규모가 커져야 광고 단가와 인벤토리가 의미를 갖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대규모 신규 광고 요금제 가입자를 한 번에 확보하는 채널"이 필요했죠.
서로는 서로를 강하게 필요로 했기 때문에 이 전략적 제휴는 효과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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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휴 성립의 5가지 상호 조건

- 1) 전략적 정합성 (Strategic Fit) : 같은 방향을 보는가
가장 먼저 깨지는 지점입니다. 한쪽은 단기 매출, 한쪽은 장기 생태계 구축을 원하면 6개월 안에 어긋납니다. 제휴 전에 "이 파트너십으로 양사가 각각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를 한 문장씩 적어보고, 그 두 문장이 같은 고객·같은 시점을 향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 2) 역량 상보성 (Complementarity) : 겹치면 경쟁, 채우면 제휴
서로가 못 가진 것을 채워줄 때만 제휴가 됩니다. 앞서 언급한 네이버(트래픽) - 넷플릭스(콘텐츠) 케이스가 그러합니다.

- 3) 상호 경제성 (Mutual Economics) : 양쪽 다 의미 있는 숫자인가
전략적 제휴가 지속되려면, 협력에서 나오는 이익이 양쪽 모두에게 "혼자 했을 때보다 낫다"는 게 숫자로 증명돼야 합니다. 한쪽만 이득을 보는 구조는 처음엔 굴러가도, 손해 보는 쪽이 동기를 잃는 순간 반드시 멈춥니다. 선의가 아니라 경제성이 제휴를 지탱합니다.
- 4) 고객 가치의 합 (1+1>2) : 결합했을 때 고객이 더 좋아지는가
이게 없으면 그냥 수수료 나눠먹기이고, 고객이 먼저 알아챕니다. 고객이 누리는 실질적인 효익이 없으면 이 제휴는 그냥 흔한 사진 찍기용 MOU일 뿐입니다.
- 5) 신뢰·거버넌스 (Trust & Governance) : 깨질 때를 미리 합의했는가
역설적이지만 분쟁·종료 조건을 먼저 합의한 제휴가 오래갑니다. B2B SW라면 채널 충돌 규칙(누구 리드인지), R&R, 데이터 소유권, 감사권 등을 촘촘히 설정해야하는데요. 특정 계약이 유리하게 짜여져 있으면 상대도 알기 때문에, 이 지점에서 반드시 협상이 들어옵니다. "공정해 보이는 구조"를 먼저 제시하는 쪽이 신뢰를 가져갑니다.
전략적 제휴는 가장 어렵지만 가장 임팩트가 큽니다. 사업개발 커리어에서 단 한 번만이라도 완결지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자산이 될 것입니다.
결국 파트너십에서 가장 중요한 첫 단추는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어떤 종류의 파트너십을 이야기하고 있는가"를 서로 같은 방향으로 맞추는 일입니다. 누군가 "파트너십 하시죠"라고 말을 건넨다면, 그럴듯한 제안서를 꺼내기 전에 먼저 이렇게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가치사슬 어디에 있고, 함께 무엇을 만들고, 누가 팔고, 어디로 가려는 걸까요?"
좋은 파트너십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솔직한 답에서 출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