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하지 않기로 한" 솔로프리너의 시행착오 : PM English 창업기 1

1인 창업, 시행착오에서 얻은 배움의 정수만을 전해봅니다.

"스케일하지 않기로 한" 솔로프리너의 시행착오 : PM English 창업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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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bizdevKR의 멤버인 이은빈 PM의 솔로프리너 창업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어쩌면 창업은 사업개발의 정수이기 때문인데요. 시장과 고객 가설을 세우고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과정 그 자체니까요. AI 등장과 보다 연결된 세계에서 1인 창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은빈 님은 세계를 누비며(심지어는 아프리카까지 가닿으며) IT 기술의 최전선을 경험했던 PM입니다. 기술을 가장 빠르게 경험한 은빈님의 창업기가 현업 사업개발, 잠재적 창업가인 구독자 분들께 도움이 될 것을 확신합니다.

스케일을 지향하지 않는 창업이라는 점은 현실적이면서도 또 재미있네요. (편집자 - 호스트 문희철)

국내에서 3년, 해외 프리랜서 PM으로 1년, 뉴욕 크립토 회사에서 유일한 한국인 PM으로 1년 반을 일했습니다. 인하우스에서 2개의 SaaS 프로덕트를 기획 및 운영, 에이전시에서 12개 제품 론칭을 리드했고, 르완다에서 KOICA 파견으로 테크 강사로 다녀왔고요. 팔란티어 면접 이후 여럿 채용 제안을 거절하고, 회사를 퇴사한 뒤 시작한 게…

영어 강사입니다.

정확히는, 한국 IT 경력자분들에게 "글로벌 팀과 일하는 법"을 가르치는 1인 사업이에요. 팀도 없고, 투자도 없고, 사무실도 없습니다. 운영비는 AI 구독료로 인해 월 7만 원이고요.

첫 1개월은 무료 0원으로 시작했고, 5개월에 월 매출 500만 원을 찍었습니다.

PM으로 팀에서 4년 넘게 일하면서 배운 프레임워크를 들고 나왔는데, 맞는 것도 있었고 완전히 안 먹힌 것도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경쟁사가 없는 시장에 왜 들어갔는지, AI 붐인데 왜 AI 쪽으로 안 갔는지, 어떤 것들은 왜 스케일하지 않기로 했는지, B2B로 가려다가 B2C에 머무르기로 한 이유 등.

1. 시장 기회 탐색 — 기존 플레이어가 놓친 페인포인트 찾기

문제 발견 → 경쟁사 갭 분석 → 언더서브드 세그먼트 → 상품화 → 시장 검증

1-1. 영어가 문제가 아니었다

뉴욕 Web3 회사에서 유일한 한국인 PM으로 일했습니다. 크립토는 IT의 최전선이에요. 규제와 기술 사이의 gray area에서 매일 새로운 실험이 이뤄지는 곳이죠. PM으로서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역동적이었어요. 팀은 다국적이고, 프로젝트는 빠르게 바뀌고, 영어로 협업하는 밀도가 다른 산업군보다 높았습니다.

그래서 제게 영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었습니다. 매일 쓰고, 매일 부딪히고, 매일 교정받는 환경이었어요. 심지어 PM이라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중요했거든요. 영어가 문제였으면 단순했을 겁니다. 학원을 다니면 되니까요.

문제는 이런 거였습니다. PRD를 씁니다. 같은 기능인데 읽는 사람이 세 명이에요. 개발자는 엣지 케이스를 원합니다. 모바일이면 "탭", PC면 "클릭" — 디바이스별 동사가 틀리면 구현이 엇나갑니다. 디자이너는 "왜 이 화면이 이 순서인지" 시각적 근거를 원합니다. 임원은 둘 다 필요 없고 비즈니스 임팩트 숫자를 원하고요.

하나의 기능을 세 개의 언어(주 - 개발자, 디자이너, 임원 등)에게로 써야 합니다. 이건 영어 실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 미국인 상사도 이 작업에 매번 시간을 썼어요. "이 단어는 개발자한테 먹혀도 투자자에겐 약하다", "이 뉘앙스를 바꿔야 채택된다" — 이런 판단을 영어 네이티브도 연습합니다.

TOEIC 900점짜리 경력자가(제 수강생), 아이비리그 출신 PM이(제 미국인 상사) 슬랙 한 줄을 3번 고쳐 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문법을 몰라서가 아니에요. 이 한 줄이 개발자한테 어떻게 읽힐지, PM한테 어떻게 읽힐지, 투자자한테 어떻게 읽힐지 — 그 판단이 안 서는 겁니다.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더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르완다에서 KOICA 파견 활동 중인 은빈님(편집자주)

KOICA 파견되어 10명 전원 한국인과 일하고, 조직 체계에서 커리큘럼을 설계하고 가르쳐보고 학습 역량 퍼포먼스를 측정하는 프로젝트였어요. 스타트업 파운더, 30대 팀 리더, 각자 다른 경력. 한국어로 협업하는데도 커뮤니케이션이 정리가 안 됐습니다. 구조 없이 대화만 하니까 어수선했고, 영어로 현지인과 소통할 때는 의도와 다른 말이 나가서 프로젝트가 중단된 적도 있었습니다.

"영어를 잘하는 게 아니라,
구조화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느냐."

테크에 국경은 사라지고 글로벌 팀과 협업은 필수가 되어가고, 영어로 프롬프트를 설계하는 AI 시대에, 이 애매하지만 중요한 역량을 가르쳐주는 곳이 국내에 많지 않다는 것이 제게는 풀어야할 사회적 과제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사업을 시작하고 보니 이 문제를 안고 있는 건 개인만이 아니었어요. 수강생 중에 컨설팅 펌, SaaS 기업에서 글로벌 프로젝트에 투입된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영어는 잘하는데 해외 팀이랑 슬랙으로 일하면 자꾸 의도가 다르게 전달된다는 거였어요. 회사에서 영어 학원비를 지원해줬는데 달라지지 않았다고요. 말하기가 문제가 아니었으니까요.

1-2. Ringle은 말하기를 풀었다. 그럼 글쓰기는?

뉴욕 회사에서 일할 때 직접 겪은 건데, 미국 클라이언트와 Zoom 미팅을 하면 미팅 자체는 잘 끝나요. 웃으면서 끝납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에요. 제가 실제로 한 실수들을 나열해보면

  1. 회의에서 구두로 결정된 걸 문서로 안 남겼다가 나중에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상황이 생긴 적이 있어요. 합의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고, 프로젝트가 2주 밀렸습니다.
  2. 기능 이름을 제 맘대로 불렀다가 클라이언트에게 잘못된 업무 범위를 약속해버린 적이 있어요. 결과로 러시아 개발자가 이미 다른 스펙으로 작업을 시작한 상태였고, 재작업 비용이 그대로 우리 팀에 떨어졌습니다.
  3. 급해서 슬랙 메시지를 짧게 보냈다가 상대방이 완전히 다르게 해석한 적이 있어요. 결과적으로 일주일 동안 엉뚱한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됐고, 그 일주일의 인건비는 회수할 수 없었습니다.

미팅에서는 다 통했는데, 기록과 전달이 부정확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 비용, 신뢰가 동시에 날아갑니다. 한 명의 직원이 문서를 잘못 쓰는 게 팀 전체의 일정과 예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또 시차가 있는 해외 팀과 일하면, 일의 대부분은 글(슬랙)로 일어납니다. 제가 서울에서 퇴근하면 폴란드에 있는 개발자가 출근해요. 이 사람이 질문 없이 바로 작업을 시작하려면, 제가 퇴근 전에 문서를 완벽하게 만들어둬야 합니다. 질문이 생기면 시차 때문에 날아간 하루는 다음 날 "작업 안 돼 있음"으로 돌아옵니다.

이러한 문제로 빅테크는 사내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Microsoft는 신규 입사자 온보딩에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모듈을 포함시켜 놨고, Google은 다른 국가 팀과 6개월간 함께 일하는 오피스 교환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수만 명 규모의 조직이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풀고 있다는 건, 문제가 실재한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이건 내부 HR 프로그램입니다. 밖에서 살 수 있는 프로덕트가 아니에요.

CEO, 비즈니스 임원, 개발자 — 읽는 사람에 따라 구조가 달라지는 이슈 티켓팅을 인지해야함(편집자주)

해외 에이전시를 고용해 개발을 맡기고 있는 기업, 글로벌 진출을 위해 해외 프리랜서와 협업하고 있는 한국 기업, 미국 본사와 주간 싱크를 하는 한국 지사 — 전부 비슷한 문제를 겪습니다.

문제를 인식하는 곳은 많았습니다. 상품으로 푸는 곳을 국내에서 찾을 수 없었어요.

국내 시장의 플레이어들을 보면:

  • Ringle — 1:1 원어민 튜터. 아이비리그 튜터와 40분 화상. 말하기를 풉니다.
  • Speak — AI 튜터. 발음과 유창성을 AI로 대량 연습시킵니다. 말하기를 풉니다.

둘 다 spoken입니다.

한국 IT 경력자가 글로벌 팀에서 실제로 막히는 문제와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이 겪는 언어적 페인포인트는 spoken이 아닙니다. written입니다. 슬랙 메시지, PRD, 이메일에서 맥락이 전달되지 않는 것. 이 영역을 프로덕트로 풀고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1-3. AI 붐이었다. 반대로 갔다.

2024~2025년. 에듀테크에서 돈이 몰린 곳은 AI였습니다. AI 튜터, AI 발음 교정, AI 작문 피드백.

저는 반대로 갔습니다. 이유는 단순해요. 제가 파는 프로덕트가 소프트스킬이라서요. 저를 글로벌 팀의 환경에서 살아남게 해준 건 AI 툴이 아니었습니다. 개발자 앞에서 기능을 설명하는 톤, 임원 앞에서 숫자로 설득하는 구조, 시차가 있는 팀에 문서를 넘기는 감각이었어요.

다만 오해는 없으셨으면 합니다. AI를 안 쓰는 게 아닙니다. AI는 도구로 적극적으로 씁니다. 수강생들도 AI로 PRD 초안을 뽑고, 서비스 기획서를 만들고, Loom 스크립트를 작성해요.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AI가 써준 PRD 문장이 있습니다:

"We should consider implementing a streamlined onboarding experience that facilitates seamless user engagement across multiple touchpoints."

문법적으로 완벽합니다. 그런데 이걸 받은 개발자는 뭘 해야 할까요? 모바일 먼저 만들어야 하나요, PC 먼저인가요? "탭"인가요, "클릭"인가요? 핀테크에서는 이 단계를 뭐라고 부르나요?

이걸 실제 작업이 시작되는 문장으로 바꾸면:

"신규 유저 첫 진입 — 모바일: 탭 3회 이내로 프로필 완성.

  • PC: 클릭 2회 이내. 핀테크에서는 이 단계를 'KYC flow'로 명명.
  • Requirements 문서에 해당 용어 사용할 것."*

차이가 보이시나요?

AI는 문장을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이 문서를 누가 읽는지"에 따라 문장을 재설계하는 건 사람의 판단입니다. 핀테크에서는 'onboarding flow'라고 부르는 걸 커머스에서는 'first purchase journey'라고 부릅니다. 모바일에서는 '탭'이고 PC에서는 '클릭'이에요. 개발자에게는 엣지 케이스를 주고, 임원에게는 비즈니스 임팩트를 주는 구조와 프레임워크를 고민합니다.

제가 파는 건 "AI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AI 위에 올라가는 판단"을 훈련시키는 겁니다.

그래서 커리큘럼이 이렇게 생겼어요. 수강생이 AI로 초안을 뽑고, 그걸 "이걸 누가 읽는지"를 기준으로 직접 재설계합니다. PRD를 쓰고, 서비스 기획서를 만들고, Loom으로 비동기 피칭을 녹화해서 피드백받는 과정. AI를 쓰되, 그냥 쓰는 것과 효과적으로 쓰는 것의 차이를 체감하는 훈련입니다.

그런데 이걸 상품으로 만드는 게 어려웠습니다. 소프트스킬은 포트폴리오에 안 담깁니다. "저는 이해관계자 조율을 잘합니다"는 면접에서나 하는 말이에요.

그래서 산출물로 쪼개 제공합니다.

  • PRD를 쓸 때 독자가 내부 개발팀인지 비즈니스 임원진인지에 따라 워딩을 재설계하는 체계
  • 산업군(핀테크, 커머스, SaaS)과 기능(온보딩, 결제, 리텐션)에 따라 동사·명사를 필터링하는 사전
  • 이해관계자 조율 관계를 도식화해서 "이 기능이 왜 이 순서로 나와야 하는지"를 시각화하는 템플릿

추상적이었던 "협업 능력"이 눈에 보이는 산출물로 바뀌었습니다.

1-4. 경쟁사가 없었다. 불안했다.

이 문제를 푸는 곳이 없다는 건 두 가지 뜻입니다. 시장이 언더서브드이거나, 시장이 없거나.

3개월 동안 후자를 의심했습니다. 의심이 풀린 건 시장 리서치가 아니라 몇 개월간의 행동 실험이었습니다. 커리큘럼을 들은 수강생들이 면접 코칭, 인터뷰 탈락 피드백도 요청했어요. PM 뿐만 아닌 QA 엔지니어, 개발자, AX 컨설턴트가 코스를 수강했어요. "우리가 같이 했던 케이스 스터디 덕분에 실무가 늘었다”, “면접에 붙었다"고 연락도 왔습니다.

추가 서비스가 요구하기 시작했을 때 시장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업셀링이 가능하다는 건 기존 프로덕트에 가치를 느꼈다는 거니까요. 매달 무료 웨비나를 돌리고, 피드백을 반영해 커리큘럼을 강화하고, 웹사이트를 붙이고, 마케팅을 조금씩 개선할수록 결제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컴파운딩이었습니다.

4개월 차에 유닛 이코노믹스가 성립했습니다. 운영비 월 7만 원, 외주 없음, 1인 운영 — 이 구조에서 월 고정 매출이 생겼습니다.

시장 크기를 말씀드리자면, 한국 IT 인력 중 해외 이직을 고려하는 비율이 매년 늘고 있어요.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 채용 공고는 급증했고, 한국인이 비자 없이 글로벌 팀에 합류할 수 있는 경로가 열리고 있습니다. 동시에,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확장도 가속화되고 있어요. 해외 파트너사와 협업하거나, 미국·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팀이 늘면서 written communication 문제는 개인과 기업 양쪽에서 동시에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이 있긴 있습니다. 기존 플레이어가 엉뚱한 쪽을 풀고 있었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시장 크기가 아니라 페인포인트의 정확도가 사업 기회를 결정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경쟁사가 많은 쪽은 가장 풀기 쉬워 보이는 문제가 있는 곳인데, 그런 시장은 한 끗 차이의 포지셔닝이 어렵습니다. 진짜 기회는 "모두가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상품으로 안 만든" 문제에 있다 느낍니다.

2. MVP와 PMF — PM 프레임워크가 깨진 순간

MVP 검증 → PMF 탐색 → 이터레이션

2-1. 프로덕트가 없었다

이전 커리어에서 B2B SaaS를 설계한 경험이 있어요. 트레이딩 플랫폼, 텔레그램 마케팅 자동화 툴 등

기능을 만들고, 클라이언트(유저) 테스트하고, 결제 퍼널 UX를 다듬으면 매출이 따라왔어요. PMF는 "기능이 맞느냐"의 문제였어요. 마케팅팀이 고객 목소리를 정리해줬고, 저는 우선순위대로 만들면 됐습니다.

PM English에는 그게 없었습니다.

물론 전자책이나 커리큘럼 문서는 있었습니다. "프로덕트" — 유저가 로그인하고, 기능을 쓰고, 데이터가 쌓이는 그 구조 — 는 없었어요. 상품의 핵심 가치가 제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팀에서 배운 MVP 프레임워크를 들고 왔는데, 정작 "P"에 해당하는 Product가 없었습니다.

기능 완전성으로 PMF를 측정하던 사람이, 측정할 기능 자체가 없는 사업을 시작한 겁니다. B2B SaaS에서는 DAU, 리텐션, 퍼널 전환율로 PMF를 판단하는데, 서비스 사업에서는 그 지표가 적용되지 않았어요.

2-2. 처음엔 팔았다. 안 팔렸다.

해외 취업 전자책, 코스를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게시했어요.

안 팔렸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어요. 아무도 저를 몰랐습니다. 프로덕트의 품질과 무관하게, 판매자에 대한 인지도가 0이면 전환율도 0입니다. 프로덕트 완성도보다 판매자 인지도가 선행되어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프로덕트를 내리고 무료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인스타그램, 브런치, 웨비나. 유료로 팔아도 될 수준의 자료를 무료로 배포했어요.

은빈님이 만든 무료 자료 모음집들

조회수, 저장수, 댓글 패턴을 분석하면서 잠재 고객 세그먼트를 파악했습니다. 어떤 토픽에 반응이 오는지, 누가 댓글을 다는지, 취준생인지 경력자인지.

이게 제 MVP였습니다. 기능이 아니라 콘텐츠가 MVP였고, 결제 전환율이 아니라 콘텐츠 반응률이 검증 지표였습니다.

신제품을 바로 만들어 세일즈하는 게 아니라, 먼저 해당 시장에 콘텐츠를 던져보고 어떤 반응이 오는지 보는 것. 반응이 오는 토픽이 곧 프로덕트의 방향이 된 겁니다. 코스를 내놓고 조금씩 돌리며 테스트하는 이 과정을 4개월 간 계속했어요.

2-3. 5명을 무료로 돌렸다

지금과 같은 커리큘럼 설계 전까지 여러 시도가 있었음

커리큘럼을 어떻게 만들지는 처음부터 정해진 게 아니었습니다.

첫 5명을 무료로 모집했어요. 한 달 동안 전액 환불 조건으로 돌렸습니다.

왜 환불 조건이었냐면 — Alex Hormozi의 $100M Offers에서 배운 개념이 있어요. "리스크를 제거하면 가치를 증명할 기회가 생긴다." 돈을 내고 들어오는 사람은 적어도 배우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고, 환불 조건을 걸면 제가 가치를 증명해야만 돈이 남는 구조가 됩니다. 처음부터 프리미엄 부트캠프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가치가 없는 것을 고객에게 주고 싶지 않았어요. 환불 조건은 저에게도 긴장감을 줬습니다.

의도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피드백 루프를 돌릴 초기 유저 확보. 둘째, 커리큘럼 자체를 이 고객들과 같이 만들기.

여기서 제가 배운 개념과 다르게 베팅한 것은 - 저는 고객이 원하는 걸 만들지 않았습니다. 제가 "시장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걸 먼저 작게 만들었어요. 고객 목소리만 들으면 이미 존재하는 해결책을 더 싸게 만들어달라는 요청만 쌓였습니다. 그건 언더서브드 세그먼트를 찾는 방법이 아닙니다.

대신 제가 확신하는 가설을 들고 초기 고객을 직접 만나러 갔습니다.

2-4. 대체 불가능한 상품은 나였다

1인 창업은 창업가에 대한 신뢰가 대단히 중요함.jpg

초기 수강생 피드백은 "좋다"였습니다. 구체적이지 않았어요.

레벨이 제각각이었고, 본인들도 뭐가 필요한지 아직 몰랐습니다. 그분들의 유지율을 결정한 건 "커리큘럼의 완성도"가 아니라 "개인화된 케어를 받고 있다는 인식"이었습니다.

그래서 1:1 커피챗을 넣었어요. 레벨이 낮은 분에게는 2주에 한 번 개별 체크인. 실제 투입 시간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유지율이 달라졌습니다.

결론 하나. 결제창 UX는 제 사업의 레버가 아니었습니다.

페이먼트 시스템, 결제 퍼널 최적화, 온보딩 UX — 이전 커리어에서 쌓은 "기능 완전성" 경험은 이 사업에 거의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업의 레버는 결제창이 아니라 제가 수강생을 얼마나 보고 있느냐였어요.

커리큘럼이 덜 다듬어져도, 노션 키트가 미완성이어도 론칭에 사람들이 구매했습니다. 상품이 "파일"이 아니라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복제 불가능한 경험과 판단이 상품의 핵심 가치였고, 이건 다운로드나 구독으로 대체할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2-5. 지도를 펼쳤더니 매출이 올라갔다

라이브 웨비나에서 한 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글로벌 커리어 지도를 펼쳤어요. 한국인을 원하는 시장, 한국인이 지원할 수 있는 포지션, 대륙별·산업별 맵. 국제기구에서는 PM을 뭐라고 부르는지. 핀테크 산업에서는 뭐라고 부르는지. 같은 일인데 이름이 얼마나 다양한지. AI가 발전하면서 앞으로 어떤 직무가 더 생길지.

그 순간을 기점으로 웨비나 참석자의 전환율이 바뀌었습니다.

알고 보니 수강생이 구매를 고민하는 진짜 지점은 "업무 영어를 배우는 게 맞는가"가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내가 갈 수 있는 시장이 있긴 한가"였어요.

고객이 아직 시장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면, 기능 데모를 먼저 보여주는 건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기능 페이지를 아무리 다듬어도, "이게 내 문제인가"를 확신하지 못하면 전환은 일어나지 않아요.

이 발견이 나중에 뜨거웠던 건, 글로벌 확장 중인 기업 담당자분들을 만나볼 기회가 있었을 때였습니다. 개인 고객과 기업 고객이 같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필요한 해결책의 형태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이 발견이 B2B를 바라보는 시선을 완전히 바꿔줬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시리즈에서 다루겠습니다.

서비스 사업에서 PMF는 기능-시장 적합성이 아니라 신뢰-시장 적합성이었습니다.

검증 순서가 다릅니다. "기능 → 테스트 → 개선"이 아니라 "신뢰 축적 → 유저 데이터 수집 → 프로덕트 개선"의 순서입니다.

그리고 고객의 결제 직전 저항은 "기능이 충분한가"보다 "이게 내 문제인가"에 대한 확신 부족일 수 있습니다. 두 질문은 완전히 다른 대응 전략을 요구합니다.

3. GTM 전략 — 뭐가 먹혔고 뭐가 안 먹혔나

채널 전략 → 전환 퍼널 → 개인 브랜딩의 역할

3-1. 0에서 시작한 게 아니었다

PM English를 만들기 전, 팔로워(잠재 고객)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PM의 팔란티어 면접 후기 영상. 한국 IT 씬에서 꽤나 회자가 되었음(편집자주)

유튜브에 팔란티어 관련 영상을 올렸었어요. 팔로워 2,500명. 쓰레드에도 5,000명이 모여 있었습니다. PM English의 메인 채널로 선택한 인스타그램은 700명. 대단한 숫자는 아니지만 완전한 0보다 나은 출발이었습니다.

기존 채널 중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가 중요했는데,

인스타그램을 골랐습니다. 팔로워와 DM으로 직접 소통이 가능한 채널이었어서요. 유튜브는 조회수는 나오지만 대화의 거리감이 있어요. 쓰레드는 텍스트 기반이지만 관계가 얕아요. 인스타그램은 스토리, DM, 댓글로 양방향 관계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3-2. 터진 콘텐츠는 "달러를 버는 법"이었다

오가닉 트래픽이 매우 잘 터진 콘텐츠

인스타그램에 여러 콘텐츠를 올렸습니다. 인스타그램 광고를 돌린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대신 제 코스를 원할 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고객 클러스터와 페르소나를 구체적으로 짜고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러 토픽을 올려보며 반응을 테스트했습니다.

반응이 폭발한 건 프리랜서로 해외 팀과 일하면서 외화를 버는 법이었어요.

브라질 팀, 독일 팀과 원격으로 일했던 경험을 콘텐츠로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이 갑자기 팔로하기 시작했어요. 이게 소비자의 진짜 욕구를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업무 영어를 배우고 싶다"가 아니었어요. "한국에서 나가지 않고도 글로벌 팀과 일하면서 달러를 벌 수 있는 방법." 그게 사람들이 진짜 원한 거였어요.

전환 퍼널은 이렇습니다:

이 퍼널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웨비나였습니다. 웨비나가 "세일즈 피칭"이 아니라 "진짜 가치를 주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전환이 일어났어요. 테크 업계 뉴스를 공유하고, 영어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코스를 소개했습니다. AI 덕분에 업계가 수시로 변하고 있어서, 매달 새로운 소식을 들고 올 수 있어요. 글로벌 커리어 맵이나 직무 정보도 계속 업데이트되고요. 무료로 정보를 공유하는 이 시간에서 저도 굉장히 큰 희열을 느낍니다.


3-3. 결제 시스템은 3번 바뀌었다. 채널은 안 바뀌었다.

처음에는 구글 설문지 + 순수 계좌이체였습니다. 수작업이었어요.

세금 문제를 고려해서 수수료가 싼 결제 플랫폼을 찾기 시작했어요. 리틀리, 레피드, 여러 서비스를 비교했습니다. 결국 고른 기준은 두 가지였어요 — 수수료가 합리적인 것, 그리고 상품을 홍보할 수 있는 페이지를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

결제 시스템이 바뀐 건 세 번입니다. 하지만 결제가 일어나는 채널은 한 번도 안 바뀌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인스타그램이었습니다.


3-4. 페르소나를 찾는 데 가장 오래 걸렸다

저는 "해외 취업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포지셔닝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가르치고 싶었던 건 영어였어요. 정확히는, 영어로 포장한 글로벌 협업 능력. 구조화된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스킬. 하지만 이건 무형의 가치입니다. "이거 배우면 뭐가 되는데?"라는 질문에 한 문장으로 답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영어라는 포장을 씌웠습니다. "PM을 위한 업무 영어" — 이 한 줄이 잠재 고객의 검색어와 일치했습니다.

아는 것을 나눌 때 시장이 반응하는 것이 역설적. 1인 창업은 특히나 더 사고리더십이 정말 중요함.(편집자주)

하지만 더 큰 발견이 있었습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들과 소통하면서 알게 된 것. 사람들이 막힌 건 영어가 아니라 두려움이었습니다. "나를 위한 자리가 한국 바깥에 있긴 한가?" "한국인이 지원할 수 있는 포지션이 진짜 있나?" 이 의심이 풀리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커리큘럼을 보여줘도 결제까지 안 갔습니다.

그래서 콘텐츠 방향을 바꿨습니다. 영어를 가르치기 전에, 시장의 존재를 먼저 보여줬습니다. 한국인이 유리한 포지션, 원격 근무 자리가 지금 얼마나 많은지, 테크 산업에서 국경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 사람들이 "나도 갈 수 있구나"라는 확신을 가졌을 때, 그때 코스가 팔렸습니다.

결론은, GTM에서 가장 중요한 건 채널이 아니라 메시지였다는 것입니다. 같은 인스타그램이라도 "업무 영어를 배우세요"는 안 먹혔고, "당신이 갈 수 있는 시장이 이렇게 많습니다"는 먹혔습니다. 고객이 상품을 사기 전에 먼저 사야 하는 건 "이게 나한테 필요한 거구나"라는 확신이었습니다.

둘은 완전히 다른 메시지 전략을 요구하더라고요.

4. 프라이싱과 스케일 — 자동화할 수 있는데 안 했다

프라이싱 모델 → 스케일 vs 유닛 이코노믹스 → 의도적 공급 제한

4-1. 12명을 받았다. 한계가 왔다.

1기는 무료였습니다. 5~6명. 전액 환불 조건. 커리큘럼도 불완전했어요.

2기부터 유료로 전환했습니다. 12만 원. 그리고 12명을 받았어요.

깨달은 건 하나였습니다. 1:1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물리적 한계가 있었습니다. PRD를 봐주고, 슬랙 메시지를 고쳐주고, Loom 스크립트를 피드백하는 건 자동화가 안 되는 영역이에요. 이 수강생의 영어 레벨, 산업군, 경력 맥락을 다 고려해서 피드백을 줘야 하니까요. AI가 노션 코멘트를 달아줄 수는 있어도 "이 피드백이 이 사람에게 적합한가"를 판단하는 건 경험에 따른 제 경험이 정확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AI는 "이 문장의 문법이 맞는가"는 판단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수강생이 핀테크 백엔드 디벨로퍼인데, 이 피드백이 이 사람의 레벨과 산업군 맥락에서 적합한가"는 판단 못 합니다. "이 사람은 지금 PRD 구조보다 톤 조절이 먼저고, 이 사람은 구조부터 다시 잡아야 한다" — 이런 판단은 수강생을 몇 기수에 걸쳐 직접 본 사람만 할 수 있었습니다.

12명은 그 한계를 넘은 숫자였습니다. 10명으로 줄였습니다. 그런데 매출은 오히려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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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을 마치며
0원에서 시작해서 5개월간, 시장을 찾고, 프로덕트 없이 PMF를 탐색하고, GTM 채널을 세팅하고, 처음으로 유료 수강생을 받기까지의 여정을 말씀드렸습니다.
이 5개월에서 배운 건 하나입니다. 고객이 실제로 막혀 있는 지점을 정확히 짚으면, 경쟁사가 없어도, 채널이 적어도, 프로덕트가 미완성이어도 매출이 생겼습니다. 정확도가 규모를 이긴 걸 체험했어요.
그리고 고객의 결제 직전 저항은 "기능이 충분한가"보다 "이게 내 문제인가"에 대한 확신 부족일 수 있습니다. 두 질문은 완전히 다른 대응 전략을 요구합니다.
0원에서 시작해서, 기수마다 가격을 올렸습니다. 정원을 줄였는데도 이탈은 없었어요. 오히려 제가 원하던 고객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리고 자동화할 수 있는 것들 중 왜 일부러 안 한 것이 있었는지는 — 2편에서 다루겠습니다.

이 글에서 다룬 주제 — 경쟁사가 없는 시장 진입, 서비스 기반 PMF, 1인 GTM 설계, 자동화의 경계 — 에 대해 더 이야기 나눠보고 싶으신 분은 편하게 연락 주세요. 글로벌 확장 중인 팀에서 "영어는 되는데 협업이 안 된다"는 문제를 겪고 계신다면, 팀 맞춤형 프로그램을 같이 설계해보고 싶습니다.

이은빈 PM에게 연락하기 ( babylion.e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