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십은 왜 '존재'해야하는가?
파트너십에는 '거래비용'이 들고, 이를 최적화하는 것이 사업개발의 핵심적인 역할입니다.
'파트너십' 뭔가 있어보이는 말 같은데, 실체는 무엇인지 이 일의 본질은 무엇인지 알기가 어렵지요. 여러 케이스를 근거로 그 의미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좀 더 명확한 이론적 근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즈의 정리'가 이를 가장 잘 설명합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할 수 없다"
사업개발 현업으로 일하면서 파트너십을 설계할 때마다 마주치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가 직접 해야 할까? 아니면 외부 파트너와 함께 해야 할까?" 팀 내부에서 새로운 기능을 만들 것인지, 다른 회사와 기술 제휴로 해결할 것인지. 신규 시장에 직접 진출할 것인지, 현지 파트너를 통해 갈 것인지.
보통은 감으로 답합니다. "이건 우리가 잘하니까 직접 하자" 혹은 "저 회사가 잘하니까 맡기자" 정도의 판단이죠. 대체로는.. 맞는 감인데, 그 감을 가장 논리적으로 설명해주는 이론이 있습니다. 1937년에 발표되어 노벨경제학상까지 받은, 놀랍도록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이론. 바로 Ronald Coase의 거래비용 이론입니다. (노벨상은 1991년에 받음. 즉 명예를 누리려면 오래 살아야 함.)

이 글에서도 '코즈의 정리'를 인용한 바 있습니다.
경제학 이론이라고 하면 멀게 느껴질 수 있는데, 핵심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저는 코즈의 정리가 창업가와 파트너십 담당자들이 매일 내리는 의사결정의 본질을 꿰뚫는 프레임워크라고 봅니다. 이 이론은 간단히 설명합니다.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
"더 나아가 산업의 Value-Chain(가치사슬)은 왜 존재하는가?"
"다른 주체와의 파트너십은 왜 필요한가?"
📍기업은 왜 존재할까: "거래비용 때문"

코즈가 던진 질문은 근본적입니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왜 기업이라는 조직이 필요한 걸까?" 모든 거래를 시장에서 프리랜서와 계약으로 해결하면 되지, 왜 굳이 사람을 고용하고 (기업) 조직이 필요하냐는 것입니다.
코즈의 대답은 명징합니다. "시장을 통한 거래에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적합한 상대를 찾는 비용, 조건을 협상하는 비용, 계약을 이행하는지 감시하는 비용. 이런 비용들을 통틀어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라고 부릅니다.
"기업은 시장 거래비용이 내부 조직화 비용보다
높을 때 존재한다."
달리 말하면 기업 내부에서 하는 비용이 외부에 맡기는 비용보다 높아지면 그 기능은 외부로 나가는 것이 더 경제적입니다. 아웃소싱, 외주, 파트너십이 바로 그 메커니즘이죠.
더 자세히 설명해보면..
- 1) 기업은 기업 내부에서 처리할 때에 드는 비용과 외부의 시장에서 처리하는 비용과 비교하여 같아질 때까지 조직이 확대되는 경향을 가짐. AI 시대에는 1인당 생산성이 커지고 비필수 부문이 자동화되면서 조직은 작아지고 있음.
- 2) 거래 비용 감소하면 기업 내 조직의 복잡성, 기업의 수는 감소한다는 정리임. 내부적으로 처리하는 비용이 더 낮으면 조직은 유지될 수 있음. (혹은 확대됨.)
- 3) 기업의 본질적 가치는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개인이 1:1로 거래할 때 드는 비용보다 기업을 조직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기업이 본질적 가치를 가짐.
쉽게 말해서, 우리가 모든 것을 다 구현, 구축, 독점하는 게 더 싸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그러나 그게 쉬울까요? 심지어는 '비교우위' 개념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굳이 안해도' 됩니다. 아니 안해야만 합니다. 세계에서 제일 골프를 잘치는 골프선수는 제일 잔디를 잘 깎아도 잔디를 직접 안깎는게 낫습니다. 자기가 직접 안하고, 더 가치가 높은 골프에 집중해야죠.
📍파트너십은 기업은 목표 달성을 위한 거래 비용을 최적화하는 것

한 주에도 정말 많은 파트너십 제안을 받습니다. 보통은 기술 제휴 요청이거나..제휴를 가장한 (제안하는 측만 좋은) 세일즈들입니다만.. 아무튼 채널톡과 같은 B2B SaaS에 제안이 들어올 때 결국 이런 계산을 하게 돼요.
" 우리가 직접한다 "
(개발 인력, 시간, 유지보수)
VS
"외부 파트너와 연동/아웃소싱한다"
(협상, 기술 연동, 커뮤니케이션, 의존도 리스크)
뭐가 더 비싸지?
예를 들어볼게요. 어떤 회사가 Sales CRM 기능이 필요해졌다고 해보자면, 선택지는 두 가지예요.
- 1) CRM을 직접 만들거나,
- 2) Salesforce나 HubSpot 등을 구독/연동하거나.
직접 만들면 내부 조직화 비용이 들어요. CRM 전문 개발자를 뽑고, 도메인을 학습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몇 년이 걸릴 수 있죠. (채널톡은 Sales CRM을 직접 만드려다가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직접 만드려면 상대적으로 만드는 것보다 구독하는 것이 더 싸서 SF를 쓰고 있습니다.)
반면 외부 도입 및 연동을 검토하면 거래비용이 들어요. API 연동 개발, 파트너사와의 조율, 상대방 로드맵에 대한 의존 등 리스크가 있죠. 어느 쪽 비용이 더 큰지를 따져봐야합니다. 그리고 이 판단을 구조적으로 하는 역할이 '사업개발'입니다.
호재라면 지난 15년간 IT 산업은 API 경제가 발달하면서 회사 간 연동의 거래비용이 급격히 떨어졌어요. 예전이라면 직접 만들어야 했던 결제, 인증, 메시징, 분석 같은 기능을 이제는 Stripe, Auth0, Twilio, Amplitude 같은 전문 SaaS와 연동하는 게 당연해졌죠. (사용자는 잘 모름. 하지만 파트너십 담당자는 공급구조를 알아야 함)
사업개발 관점에서는 기회입니다. 거래비용이 낮아질수록 파트너십의 가능성이 넓어지니까요. 동시에 우리 제품이 다른 회사의 파트너십 대상이 되려면, 연동의 거래비용을 우리가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도 중요해져요. (카페24와 채널톡은 극단적으로 간단한 '연동' 덕에 연간 수십억원+의 이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 거래비용만으로 따질 수 없는, 기업의 정체성과 Mission

직접하기 VS 파트너십 여부를 '(단기적) 비용'으로만 판단하면 안됩니다. 전략적으로 또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에 중요하다면 큰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해야합니다. 어쩌면 "어디까지 직접할 것인가" 이 질문은, 기업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현대가 자동차와 조선 산업을, 삼성이 반도체 산업에 진출한 결정도, 굉장한 미래에 대한 신념을 필요로 했습니다. (feat. AI의 전면 부상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직접 구현의 욕구를 더 크게 만들고 있음. 구현 비용이 크게 낮아짐.)
하지만 한 산업의 가치사슬을 장악한다는 것은 시장 지배력을 만들기도 하지만 또 매우 매우 비싼 결정입니다.(관련 기사 - 반도체는 웃고 완제품은 운다…삼성전자 수직계열화 딜레마) 우리는 어디까지 직접하고 직접하지 않을 것인지, 직접 한다면 '어느정도 수준'까지 할 것인지 결정해야합니다. 상대적으로 우리 기업의 강점과 멀수록 외부 파트너와 함께 하는/사는 게 더 싸죠. (번외로 때로는 강점을 중심으로 기업구조를 재설계하는 'M&A'도 필요합니다.)

이상을 보면 파트너십 제안을 잘하기 위해 우리는 상대와의 거래 비용과 서로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Mission(사명)을 이해해야합니다. 우리도 싸다고 협력하지 않고, 상대도 싸다고 제안을 받지 않습니다.
📍파트너 관리와 개발이 사업개발의 역할

파트너십을 코즈의정리 관점에서 정의해보면 다음과 같을 겁니다.
"파트너십은 비즈니스 목표 달성을 위해 외부 주체(파트너)와의 거래 비용을 설계/ 최적화하는 과정과 그 결과"
파트너십에서 거래비용을 낮추는 것이 사업개발의 역할입니다. 우리는 결국 거래비용을 관리하는 사람이에요.
파트너십을 설계할 때 크게 3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 1) 탐색 비용
“누구와 거래할지 찾는 데 드는 비용”
적합한 파트너를 찾는 데 얼마나 걸리는가. 업계 네트워크가 넓을수록 이 비용이 낮아져요. 사업개발자가 컨퍼런스에 다니고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특히 정말 사고리더십이 정말 중요합니다.) - 2) 협상 비용
“조건을 정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데 드는 비용”
조건을 합의하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 표준화된 파트너십 모델(Revenue Share, 리셀러, 기술 파트너 등)을 미리 설계해두면 이 비용을 줄일 수 있어요. (채널톡은 아직 직접 세일즈만 하고 있습니다. 이게 또 협상력을 높입니다.) - 3) 이행 비용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확인하는 비용”
합의된 내용이 실제로 잘 실행되는지 확인하는 비용. 명확한 KPI, 정기 리뷰, 기술적 모니터링이 여기 해당함.
이 3가지 비용의 합이 내부에서 직접 하는 비용보다 낮을 때, 파트너십은 성립해요. 반대로 이 비용이 계속 올라간다면? 그건 파트너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사업개발하는 이에게 '코즈의 정리'는 단순한 경제학 이론이 아닙니다. "직접 만들 것인가, 함께할 것인가" 하는 본질적 질문에 구조화를 돕는 사고 도구입니다. 파트너십을 제안할 때도, 내부 프로젝트를 주장할 때도, '거래비용'이라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망원경으로, 현미경으로 우리의 파트너십을 검토해봅시다. 감에 의존하던 판단이 한결 선명해질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