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대신 채팅상담'을 말하던 채널톡은 왜 AI 전화를 만들었을까? -1 문제정의

'전화대신 채팅상담'을 말하던 채널톡은 왜 AI 전화를 만들었을까? -1 문제정의

기존 캐치프라이즈와는 다른 신사업을 만들게 된 이유, 과정을 사업 담당자로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 들어가기전

안녕하세요! 채널톡의 사업개발 매니저 문희철입니다. 채널톡은 채팅기반으로 CRM을 제공하던 B2B 서비스였습니다. 그런데 23년 상반기 전화기능을 출시하게 되죠. "도대체 왜 때문에"(?) 이런 신사업 급 기능을 만들게 된 걸까요? 그 이유와 과정을 담당 PM으로서 공유하고 싶습니다.

세상에 없던 AI 인터넷 전화

새로 나온 채널톡 전화에 대한 관심이 정말 뜨겁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1) 전화기 없이, 2) 물리적 회선 없이, 3) 웹과 앱의 구분 없이, 4) 디바이스 구분 없이, 5) 대면 계약절차 없이 6) 동료와 동시에 전화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만족하면서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프로덕트가 한국/일본에는 없었기 때문이에요.

여기에 AI 음성 인식 기술을 탑재한 제품은 '채널톡 전화'가 유일합니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술적, 규제적, 사업적 난제가 있었지만 채널톡은 꼭 이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전화 대신 채팅 상담"을 외치던 채널톡은 왜 전화를 혁신하려 했을까요?

고객 리서치 과정에서 현장에서 경험한 사례 하나를 공유드릴게요.


고객의 문제 : 단 한 번이라도 콜센터를 가본 적이 있는가?

낡은 솔루션 때문에 어려운 일을 더 어렵게 해야 하는 상담원들

대부분이 중년 여성인 콜센터 상담원들은 파티션 칸막이 안에서 모니터 속 수많은 프로그램 창을 보면서 하루 8시간 이상을 보낸다. 근속년수가 길어지면 좀 더 편하게 창을 볼 수 있도록 모니터가 추가된다. 하지만 그 외에 대단한 편의는 없다.

내가 찾아간 콜센터는 쇼핑몰의 CS 업무를 대행하는 외주사였다. 반나절을 함께 보낸 시니어 상담원의 책상 위엔 3개의 모니터가 3개의 유선 전화기가 있었다. 그녀는 홀로 4개 고객사를 맡았고, 모니터에는 전화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CTI 솔루션과 고객사마다 쓰는 각기 다른 어드민 프로그램, 주요 품목 목록, 가이드들이 띄워져 있었다. 채팅으로 상담을 이어가던 중 전화벨이 울렸다. A 고객사에서 물건을 산 고객의 반품문의였다. 생각보다 복잡한 문의이기에, 능숙한 상담원은 확인 뒤 고객에게 전화를 주겠다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CTI는 'Computer Telephony Integration'의 약자로, 컴퓨터와 전화 시스템의 통합을 지칭하는 것으로 PC를 통해 전화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입니다.

상담원은 켜두었던 수십 개의 프로그램 창(과장이 아니다)에서 재빨리 A고객사의 가이드를 열었고, 어드민을 켰다. 해당 제품의 반품을 위한 방법을 찾았다. 이 과정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인지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사이 5분 정도가 지났고 다시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알맞게 응대했다.

고객은 불만이 많았다. ‘간단한 것 같은데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고. 상담원은 죄송하다 말하고는 이내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감사하다는 말로 통화를 종료했다.

CTI를 ‘대기’ 상태로 돌려놓자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이번에는 B 고객사 제품 교환 문의였다. 앞선 과정의 반복. 이렇게 몇 번의 통화가 끝났고, 어느덧 1시간 가까운 시간이 지나있었다. 그사이 몇 건의 채팅 상담이 또 쌓여있었다. 지켜보는 내 머릿속이 다 꼬이는 것 같았다.

고객상담은 어려운 일이 분명하다. 3건만 상담을 이어가도 지치지 않기 어렵다. 다급한 고객이 생기거나 단 하나라도 잘못된 가이드 내용이나 프로그램 오류라도 생기면 대처하기는 더 어렵다. 전화 상담원은 비좁은 칸막이 속에서 하루 최대 25~30번 전화를 받으며 이상의 모든 과정을 수행한다.

고됨에 비해 처우는 좋지 않기에 전화 상담원 대부분은 오랫동안 근속하지 못한다. 이에 대해 리서치 과정에서 만난 전직 금융사 콜센터 리더 C는 “1년 13기수를 뽑으면 1기에서 연말까지 남는 사람은 30~40% 수준이며, 매년 어마어마한 채용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노동 인구는 감소하고, 낮은 처우로 복잡한 이 일을 할 사람은 많지 않기에 어쩌면 콜센터의 풍경도 수년 내 달라질지 모르겠다.


그 밖에도 여러 문제가 있었습니다

  • 이커머스/ 소상공인이 겪는 착신전환의 불편함 → 1명만 전화를 받을 수 있음. 발신자가 누구인지 모르고 전화를 받음.
  •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전화 상담원 → 코로나19 등 질병 집단 감염에 취약, 육아 및 가사 시간에 영향
  • 상담을 잘하는 대표자, 시니어의 히스토리가 공유 안 됨 → 생산성의 표준화가 잘 안됨. 주니어와 시니어의 생산성은 500% 이상 차이 남.

채널톡의 문제 인식


전화로 업무를 하는 게 이렇게까지 어려울 일일까요? 절대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어려울까요? 보아야 하는 창이 많고, 그때마다 많은 불필요한 시간과 인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 창을 하나로 합칠 순 없는 걸까요? 상담원은 꼭 비좁은 칸막이에서 전화를 받아야만 하는 걸까요?

채널톡은 고민했습니다.

  •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전화선 없이 전화를 걸고 받을 수는 없을까?
  • 통화 내용은 자동으로 기록되면 안 될까?
  • 기록된 내용을 함께 일하는 동료가 언제든지 확인할 수는 없을까?
  • 전화 가입할 때 왜 꼭 직접 만나서 청약을 해야 할까?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의 조건 : 통합, 자동 기록, 비대면, 깨끗한 품질 구현


1. 하나의 솔루션에서 전화, 채팅 등 모든 상담 업무가 해결
2. 고객과의 통화가 보다 쉽게 기록, 검색되어 업무 공유 및 관리 편의성이 증대
3. 언제 어디서든 기기 상관없이, 동일한 번호로 고객 상담 전화 수발신 가능
4. 귀뚜라미 소리까지 담을 정도로 깔끔한 음질을 구현

왜 이런 제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까?

왜 그런 제품이 없냐고요? 만들기 진짜 어렵거든요(feat. 기술, 사업, 규제)...


있으면 너무 좋은 이런 제품을 왜 아무도 만들지 않은 걸까요? 이 쉬워 보이는 일은 왜 여태 해결되지 않았을까요? 사실 아무도 해결하지 못했던 거였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죠.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는지 2편에서 계속됩니다.
우리가 해결한 사업 / 규제 / 기술적 난제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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