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 모드에 대한 착각

‘창업가 모드’는 독재가 아니고, 권한 위임은 인위적 책임 분배가 아니다.

‘창업가’ 모드에 대한 착각
창업가 모드에서 참고하는 잡스는 어느 쪽에 있는 사람인가.

잊을만 하면 창업가 모드 관련 이야기가 올라온다. 조직이 커지고 경영 복잡도가 올라가면 관리 층과 위계가 복잡해지고, 기업은 최초 가정한 vision과 본질을 잊어 버리니 ‘관리자 모드’ 전문 경영인 보다는 가장 vision을 잘 알고 있는 창업가(또는 그런 st 경영자)가 개입하여 문제를 ‘직접 해결’하라는 흐름이다. (Feat. 존 스컬리 VS 스티브 잡스의 차이를 언급함.) 

‘창업가 모드’의 개념은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그 개념이 처음 소개된 YC 행사장에서 어떤 메모하기를 좋아하는 이는 “생애 처음으로 메모를 잊었고”, “그 자리에 많은 이들에게 인상적”이었다는 양념이 덧붙여졌다. 또한 꽤나 많은 경영자들이 심취해있는 개념처럼 보인다. 사실 이 이야기를 처음 한 폴 그레이엄도 창업가 모드가 정확히 무엇인지 아직은 알기 어렵고, 그런 것이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고 논의를 기대한다. 정도로 논의를 마무리 지었다고 한다. 즉 ‘창업가 모드’가 무엇인지는 아직은 합의된 정의나 형태가 없다. (다들 스티브 잡스를 엄청 연구했다는 말은 함.)

airbnb의 CEO,founder인 brian chesky

얼마 뒤 실증 사례로 airbnb 창업자이자 경영자 브라이언 체스키가 자신이 생각하는 ‘창업가 모드’를 설명하자 이를 체화하려는 창업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당연하게도 창업가 모드를 소개한 폴 그레이엄도 창업자 1인이 모든 것에 개입하고, 다 결정하라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애덤 스미스의 사상에서 ‘보이지 않는 손’만 인용되고 ‘도덕감정론’이 의도적으로 배제되는 것처럼 어떤 사상의 여러 개념 중 일부만 강조되는 일은 제법 흔하다. ‘창업자 모드’가 ‘창업자가 마음대로 하는 것의 근거를 제공하는 사상’처럼 되기 쉬운 위험이 있어보인다. 

창업자 모드에 대한 좀 더 건강한 논의를 위해 마음대로 이해한 창업가 모드에 대한 생각을 남겨본다.

1. 창업가 모드는 창업가가 가장 잘하는 vision 제시로 경영과 운영의 방향을 리더들에게 조율해나가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일련의 경영 철학으로 보인다. 실제 경영을 하고 업무를 하면서 비젼이 지켜지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브라이언 체스키는 주/월단위 주기적 체크업으로 경로 세부 조정을 제안한다.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가 말하는 권한 위임의 권한은 인위적인 업무 배분이 아니다.

한편, 피터 드러커가 말하는 권한 위임은 ‘내가 해야하는 일에 집중’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자신이 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야 조직과 각 개인들은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창업자의 개입의 정도/범위가 ‘자신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는 수준이라면 조직과 그 자신에게 모두 해롭다.

창업가의 시간과 정신자원, 체력은 모두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현명해도 다해낼 수가 없다. 좋은 창업가 모드는 “성공적인 스포츠 팀의 감독처럼” 경영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감독은 전략/전술을 짜고 스쿼드를 운영하면서 각 선수에게 알맞은 역할을 맡긴다. 공을 차는 것은 각각의 선수다.하지만 그렇다고 감독의 역할이 작은 것은 아니다.

2.다음 세대 양성은 창업자의 책임이다. 스티브 잡스는 팀 쿡과 여러 리더들을 영입했고, 양성했고 잡스 사후 애플은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드러커는 말한다. “3년에서 5년 후에 사업규모가 2배로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면 최고경영팀의 구축이 급선무가 된다.” 정말 기업의 성장을 진심으로 믿는다면, 다음 세대 리더들을 양성해야한다. 인간은 자신이 결정할 수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수동적이게 된다. 

스티브 잡스 이후에도 애플은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감독이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역할’에만 묶어두면 좋은 선수가 그 스포츠 팀에 있지 않는다. 아. 중동 팀처럼 돈을 미친듯이 많이 주면 남아있는다. 하지만 진짜 전성기의 슈퍼스타는 그런 팀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좋은 감독도 이상한 구단주와 일하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회사가 커질 수록 마치 빅 클럽처럼 구단주-단장-감독-선수는 분화될 수 밖에 없다. 빅 클럽의 구단주가 전술 지시를 하며, 선수로도 뛰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3.언제나 창업가의 건강한 관계, 일-일상의 균형이 중요하다. 창업가 모드는 창업가에게 많은 권한과 책임이 쏠리는 경영 사조다. 때문에 창업가가 독단에 빠지면 기업이 정말 위험하다. 창업가의 건강한 심신은 의식적으로 노력이 부단히 필요한 영역이다. Brian의 대담에서 많은 파운더들이 놓치는 지점이 있다. ‘관계'-'일상'의 중요성이다.

“I had friends, but I didn't keep in touch with them.…(중략) And so I started making a practice a couple of years ago to make sure that I have a group of friends that I'm constantly in touch with, including old friends.”

여전히 사적인 관계를 잘 갖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좋은 관계들은 일과 몰두하는 문제와의 건강하고 객관적인 거리를 갖게 해준다. (이어지는 문장에서 일상의 중요성도 강조함.)

4. 창업가의 독단은 기업의 기회/위기 감지 역량에 해롭다. 진짜 큰 변화는 비고객과 우리 시장보다 더 큰 거시 환경 변화로부터 온다. 많은 경영자들이 피터 드러커가 제안한 ‘사회생태학적’ 렌즈가 없다. 세상이라는 생태에서 우리 기업이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자꾸 잊어버린다.

생태학적 렌즈를 너무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준 chatGPT

모든 인간은 틀릴 수 있고 창업가도 그러하다.Brian chesky는 호기심과 초심자의 마음을 가지라고도 말한다. 연차나 전문가 여부와 무관하게 기꺼이 도움을 청하라고도 한다. 구성원도 자신의 의견개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에는 심리적 안전감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CEO는 듣는 귀가 좋아야 한다.

정리하자면, 내멋대로 이해한 좋은 창업자 모드의 실천은

  • ✅ 경영과 과업이 vision과 mission을 조직이 잃지 않도록 함.
  • ✅ 경영자는 귀가 열려있다. 설득될 수 있음
  • ✅ 언제나 호기심을 갖고 팀에 시장과 비고객을 관찰하며 기업이 마주한 기회와 위기를 감지
  • ✅ 자신이 해야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구분하여, 자연스레 구성원이 성장할 수 있게 함.

창업가 모드의 본질은 vision을 지키고 키우는 일이다. 기업이 그것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마이크로 매니징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