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사업개발이 된 KAIST 공학 박사
삼성전자 연구원 /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PM에서 AI 스타트업으로 이직, SaaS 프로덕트 사업개발까지. 남다른 커리어 여정에서 그가 배운 것
삼성전자 연구원 /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PM에서 AI 스타트업으로 이직, SaaS 프로덕트 사업개발까지. 남다른 커리어 여정에서 그가 배운 것
성장하는 사업개발의 know-how는 보다 쉽게, 널리 알려져야만 합니다. BizdevKR은 한국 사업개발 현직자 10인의 커리어 여정을 인터뷰로 담는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첫 번째 인터뷰이
이건국 (BizdevKR 모임 호스트)
- 2020 - 현재 리턴제로 Business Development Manager, B2B SaaS Coallabo PM
- 2016 - 2020삼성전자 무선사업부 Product Manager of Samsung Knox Solution
- 2012 - 2016 삼성전자 연구원 Senior Engineer
- 2003-2011 KAIST 전기공학 학/석/박사
반갑습니다! 건국님. 간단히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B2B 사업개발에 진심인 이건국입니다.
Series B AI 스타트업 리턴제로에서 사업개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흔히 빅스비, Siri로 알려진 한국어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기업용 솔루션으로 만들고, 직접 영업하는 역할입니다. (리턴제로는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VITO Speech API를 B2B 제공, B2C 프로덕트로도 제공 중이다.)
리턴제로 이전에는 삼성전자에서 8년동안 연구원, 엔터프라이즈 대상 SW(B2B SaaS로 보안 솔루션 제공)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Product Manager로 일했습니다. 그 전에는 공부를 오래했었고요. (KAIST에서 전기공학 박사까지 취득)
건국님의 공학 박사 학위 취득 후 삼성전자 연구원부터 스타트업 사업개발까지 이어지는 커리어 여정은 정말 드문듯한데요. 일단 가까운 것부터 하나씩 짚어볼게요. 리턴제로에서 담당하시는 음성인식 분야 사업개발은 정확히 어떤 일이죠?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술을 B2B용으로 기획하고 판매하는 역할을 합니다. 스스로 영업반 PM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상품이 있습니다.
첫번째 상품은 음성인식 API를 기업에 제공하는 거예요. 음성을 텍스트(STT : Speach t0 Text)로 변환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매출을 만들기 위해, 필요할만한 분야를 찾고, 판매부터 Deal Closing까지 모두 직접 담당하고 있습니다.
B2B에서는 주로 통신사, 금융권 콜센터에 들어가는 음성봇이 대표적이에요. 이 산업군에서는 이미 꽤나 많이 AI가 들어와 있어요. 지금은 대기업과 특정 산업군에서 많이 활용되지만, 앞으로는 산업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대중화 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
B2B에서 음성인식 API의 활용
- 예를 들면, 콜센터에 고객이 전화하면 AI가 먼저 응대하고 간단한 답변도 수행하는 실시간 어시스턴트 같은 기능을 수행하죠.
- e.g. 은행 콜센터 “대출받고 싶어” → “어떤 대출 받고 싶어?” → “신용대출, 대출 이자 조회 정도까지는 가능함” 파인튜닝 많이 들어감.
- 반대로 기업이 고객에게 (주로 광고성) 전화할 때도 활용될 수 있어요. 텔레 마케팅("TM") 전화를 사람이 모두 수행하면 정말 많은 리소스가 소요되는데요.
- AI 음성봇이 최초 TM 역할을 대신하면, 연결된 타겟에게만 상담원이 응답하면 즉각적인 비용과 시간 절감효과가 있죠.
두번째 상품은 Callabo라는 영업사원용 AI 어시스턴트예요. (소개서)
Callabo는 시장 기회 탐색부터 초기 세일즈까지 담당해오고 있어요. (22년 2월부터 시작)
미국에서는 이미 음성 인식 AI를 활용한 다양한 B2B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상품이 있었고, 그 중에서도 영업사원용 서비스가 눈길이 갔어요. (미국에는 Gong이라는 SaaS가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유사한 기회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50여명의 영업사원, 관리자를 인터뷰를 했죠.
그리고 인터뷰 결과 분석을 위해서 녹취를 수차례 들어가면서, 고객들의 공통적인 pain point와 현재 행동패턴을 추려냈어요. 한국에서도 충분히 도전해볼만 하다는 확신이 들었고, 회사에도 제품 출시를 적극 설득했고 그렇게 나온 프로덕트가 Callabo입니다. (소개 페이지)
아무래도 초기 상품이다보니, 획일화된 판매보다는, 고객의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취합하고 제품도 개선하는 세일즈에 집중하고 있어요. 고객의 목소리와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같이 조합하면서 제품 전략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답니다.
AI SaaS Callabo의 기획부터 유료화까지 0to1 여정 컨퍼런스 다시보기
- Callabo 소개
- 📹 영상 제공 - (영상 북마크, 30분 부터)
https://lnkd.in/gYUjM7mD
삼성전자 연구원의 B2B 세일즈 / BD 전환 계기
Vito와 Callabo는 저도 정말 유용하게 쓰고 있는 프로덕트들이라 건국님의 이야기는 정말 흥미롭게 들리는데요. 시간을 좀 많이 거슬러가보겠습니다. 공학박사 이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에서 연구원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엔터프라이즈 세일즈 / BD로 커리어 전환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전환 계기는, 연구원 시절 경쟁사와 논쟁을 맡았는데 그 일에서 재미를 느껴서였어요. 당시 저는 퀄컴, 에릭슨, 화웨이 등 통신분야에서 내노라하는 해외 기업들과 우리 기술이 더 좋다는 걸 논쟁하고, 국제기술표준으로 채택시키는 일을 했었습니다.
영어에 대한 장벽은 물론이고, 경쟁사와 협력과 싸움을 왔다갔다하는 부담이 큰 포지션이었는데, 그 역할을 즐기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회사생활이 재미있다는 것을 이 때부터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연구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고객, 파트너사 등 더 많은 회사 외부와 소통하는 포지션에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과감히 B2B 영업팀으로 전환을 했습니다.
내로라하는 학교에서 박사 학위까지 따고, 연구원 이력까지 하셨는데, 주변에서 많이 말리지는 않으셨나요?
당연히 박사학위 버리고, 다시 사원으로 입사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많이 말렸죠.(물론 연봉은 그대로였지만 하드스킬 면에서 한 번도 안해본 일이었음.)
(커리어를 바꾼다하면) 보통 이직을 많이 했죠. 삼성전자를 떠나 통신사나 연구원으로 가는 경우는 많았지만, 영업직군으로 전환은 거의 없었어요. 커리어를 리셋하는 결정이었죠. 하지만 평생 1가지 직업만 가지고 살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삼성전자 안에서 옮기는건데, 뭘 그렇게 두려워할거 있나. 큰 결정일수록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건국님은 그 시점 35살이었음)
삼성전자 연구원에서 전환했던 직무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었나요?
제가 합류한 서비스는 knox라는 당시엔 초창기 프로덕트였는데요. 기업용 법인폰을 원격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MDM (Mobile Device Management) B2B SaaS였어요. 지금도 아주 잘되는 비즈니스죠.
큰 기업이라고 하지만, 맨땅에서 SW 라이선스로만 200억이상 매출을 올리는 급격한 성장을 리딩했었습니다.
직무로는 B2B 영업팀의 PM 역할이었고, 요즘으로 보면 PO 포지션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주로 고객+영업팀과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상품의 전략을 결정하는 역할을 했거든요
솔직히 처음 2년 동안에는 이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감이 없었고, 쳐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예를 들어, 글로벌 프로덕트의 PM을 하다보면, CS 요청이 정말 엄청 많이 들어와요. 거의 12시까지 일했죠. 그런데 다음날 아침 8시에 임원 미팅이 있으면 7시에 상무님 보고를 잡게돼요. 7시 상무님이 볼 자료를 만들어야죠. 2시에 자료 준비 마치고 퇴근하고 7시에 오는 거죠.
일주일에 이런 루틴이 2~3번은 있었어요. 하지만 일이 많아서 좋은 점은 역설적으로 ‘효율적’으로 일하게 되거든요.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이전 10년의 기간(학위 + 연구원)보다 훨씬 더 밀도있는 시간이었고, 성장도 많이하고 성과도 많이 냈어요.
직무 전환은 성공적이었나요?
" 직군 전환 2년 후에는 옳은 결정이었다는 확신이 생겼고, 3년 후에는 '신의 한수'였다고 자평했습니다. "
물론이죠.
직군 전환 2년 후에는 옳은 결정이었다는 확신이 생겼고, 3년 후에는 '신의 한수'였다고 자평했습니다. 2년 정도 정신없이 일을 하고 보니, 어느새 작은 팀의 리더를 맡게 되었어요. 3년이 지나니, 50여명 팀에서 손에 꼽히는 핵심인력이 되어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업무를 즐기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지금 하는 일이 잘되는게, 내 몸값이 올라가는 일이라는 확신이 있었달까요?
연구원 시절의 경험이 직무전환 이후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었나요?
솔직히 말하면 연구원 경험이 현업에서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어요. 커리어 효율성 관점에서는 그 시간이 없었어도 잘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제 성장 곡선의 변화는 직무전환 후 상사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뉩니다. 훨씬 많은 성장을 했어요.
연구원으로 직장 생활 할때는, 사무실에서 특허, 논문같은 paperwork을 할 때는 재미도 못느끼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었어요. 그러다 앞서 말한 '기술표준화' 경쟁업체들과 물고 뜯고싸우는 업무를 맡아하면서 역량을 펼치게 되었죠.
만약 저처럼 (사무실 업무보다는 고객을 만나길 선호하는) 외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직군전환에 고민인 분들이 있다면, 한번쯤 과감히 바꿔보길 권장합니다. 그 직무에 가면 기존 업무보다도 빛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지도 몰라요. 제가 그랬거든요.
편집자주(채널톡 BD 문희철)
건국님은 겸손하게 박사 / 연구원 시절을 말하시기는 하지만, 그 시절 분명 탄탄한 분석역량이 성장하지 않았을까 한다. 건국님이 가끔 공유하는 리서치와 보고서가 정말 뛰어나서 감탄할 때가 많다. (솔직히 IT 도메인에서는 타 전공 출신의 이해도와 비교가 안된다.)
'최고의 직장' 삼전을 두고 왜 스타트업으로?
대한민국 최고 대기업에서 AI 스타트업인 리턴제로 팀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이 결정에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여러 의견을 주었을 것 같아요. (반대라든가..반대라든가..반대라든가..)
맨땅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갈증이 늘 있었어요. B2B PM으로 빠른 성장을 경험했지만, 아무래도 삼성이라는 큰 시스템 안에서 하다보니, 실제 고객과 직접 대면하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경험은 (별로) 없었거든요.
그 갈증이 있던 중 대학교 선배가 좋은 서비스로 창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커피챗을 통해 음성인식 기술은 B2B 분야에서 꽃을 피게 될 거라는데 생각을 같이 했어요. 그렇게 한국어 음성인식 기술로 B2B 서비스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하면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용감하다는 평가가 많았고, 제 성향이라면 스타트업에서도 잘 적응할거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삼성에서 워낙 불도저처럼 일을 했었거든요. 불안보다는 기대를 품고 리턴제로호에 탑승하였죠.
그래도 보상 격차는 크지 않았을까?
- 시리즈 A 시기 합류했음. 현금보상 기준으로는 스타트업 합류는 많이 줄어듦. 50% 는 깎임
- 보수적인 분들은 현금을 좋아하시는 편. 하지만 스톡으로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생각함.
- 카카오 출신의 철학처럼 스톡을 후하게 주었고, 행사가도 낮게 주었음. 그것으로 꽤나 만족이 되었음. 스타트업의 꽃은 스톡임.
기대대로 고객을 엄청 많이 만나셨을 것 같아요. 삼성전자 PM 시절과 리턴제로 BD의 역할에서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무엇이었나요?
" 잠재 고객의 숨은 니즈를 찾고
이를 실제 Deal로 만드는 거죠. "
아무래도 대기업의 업무 스코프는 ‘정해진 상품을 만드는 영역’에 한정되어 있었죠.스타트업에서는 여기에 더해 GTM(Go to Market)을 함께 해야하는 점이 달랐어요. 업무의 적어도 절반은 파트너사 대상 세일즈 성격이 강했죠.
인터뷰 초반에 콜센터를 예시로 들긴했지만 음성 인식 AI의 잠재 고객은 그보다 훨씬 많아요. 가령 온라인 법률, 사주 상담(천명) 서비스 등에서 녹취 '다시보기'를 제공할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보이스피싱 탐지와 같은 음성인식을 활용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세요. 고객도 모르는 숨은 니즈를 일깨우고, 그것을 실제로 딜로 성사시켰을 때 가장 짜릿하죠.
요즘 AI 키워드가 핫해서 잠시 옆길로 좀 새보겠습니다. 스타트업 리턴제로의 BD 리드 건국님이 보는 AI(특히 음성인식), SaaS 분야의 향후 3년 전망은 어떠한가요?
AI 전반은 패스하겠습니다. 너무 다이나믹해서…미국 YC(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엑셀러레이터) 배치 참가팀을 보면 50% 가까운 팀이 B2B SaaS 분야라는거 알고 있으신가요? 저는 AI 보다는 B2B SaaS분야에 더 관심이 있는데요, 우리나라도 조만간 창업하는 팀의 상당수가 B2B를 하는 시대가 올거라고 믿고 있어요.
그 첫번째 이유는,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B2B 시스템이 너무 후진 반면, 사용자들이 경험하는 (B2C) 서비스 품질은 이미 너무 높아졌어요. 대기업에서 사용하는 메일이나 메신저를 경험하신 분들은 제 이야기를 완전 공감하실거예요. 사용자가 불편함을 느끼는 서비스는 결국 없어질거라는 생각이예요. 사람들의 눈높이는 모바일에서 쓰는 앱에 맞춰져있거든요.
대기업 SI가 사용성이 나빠도 SaaS를 쓸 이유는 아니지 않을까?
- 삼성 시절을 생각해보면 근태관리 툴이삼성 SDS가 만든 것
- 카드 찍으면서 출/퇴근 기록하는 건데 이거 진짜 불편했음. 내부에서도 불만이 많았음.
- 이게 전형적인 SI의 폐해. 처음 만들면 이상한 UX가 나올 수 밖에 없
- 하지만 많은 사람이 쓰는 SaaS에서는 나쁜 사용성은 도태됨.
다른 이유로 인건비 상승, SI 프로젝트의 한계 등 많은 분들이 이야기를 하셔서 패스하고,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B2B SaaS로 VC들의 돈이 몰릴거라는 예측입니다.
미국에서 워낙 선진화된 덕분에, B2B SaaS는 투자 방정식이 어느정도 공식화되어있고, 승률도 높고 멀티플도 높은 산업이라는게 증명되었어요. 점차 이 매력을 알아보는 VC들이 늘어나게 될거고, 돈이 몰리는 곳에 좋은 사람이, 그리고 좋은 기업들이 생겨나는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채널톡에서 채널벤쳐스를 설립한건 매우 스마트한 결정이라고 보고 있어요.
사업개발, 특히 스타트업 사업개발에게 필요한 덕목
대기업부터 스타트업을 모두 경험한 건국님이 보시기에 좋은 사업개발/기획자의 덕목은 무엇일까요?
" 일반적인 덕목으로는 저는 장점이 뚜렷한 사람이 좋은 성과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
직무에 맞춰 꼽자면, 불도저같은 추진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업개발은 세일즈팀만큼이나 시장을 직접 스킨쉽해야하는 포지션입니다. 이걸 못하는 분들은 스킨쉽 자체를 주저하는 경우를 많아요. 특히 내 준비가 부족하니깐 좀 더 완성하고 연락하거나 만나야겠다는 자세를 많이 보이세요.
반면 사업개발을 잘하는 분들은, 내 준비가 부족하더라도, 시장에서 알아내야할 정보가 있으면 바로 연락을 취하고, 만나서 시장의 정보를 수집합니다. 책상에 앉아서 고민해봤자 비효율적이라는걸 많은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익혔달까요.
일반적인 덕목으로는 저는 장점이 뚜렷한 사람이 좋은 성과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우리팀에 성격이 급한 분(최고의 BD 마이클)이 있는데, 그 분은 어떤 업무든 즉각 응답을 하고, 결과물도 빠르게 만들어 냅니다. 비록 완성도는 부족할수도 있지만, 속도로 완성도를 커버하는 거죠. 재미있는건 이 분 덕분에 팀 전체가 속도감이 생긴다는 점이에요.
팀을 리딩하다보면, 내가 예상한 범위를 뛰어넘는 결과를 만드는 멤버들을 더 신뢰하게 됩니다. 내가 못하는 부분을 그 사람이 채워줄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하고, 실제 업무도 멤버들의 장점이 극대화될수 있게 운영하게 되더라고요.
꼭 사업개발의 직무가 아니더라도, 내가 과연 팀내에서 어떤 부분을 독보적으로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 회고하는것과,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업무를 능동적으로 찾아가는건 회사 생활에서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객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담력도 중요하다.
- 삼성전자 PM 시절 수많은 장애를 겪었어요. 그 과정에서 배운점이 있다면, 위기는 기회다, 어떤 어려움도 하나씩 풀어가면 된다는 거였어요.
- 미국지역 법인폰 수 만대가 개발팀 실수로 공장초기화되는 사건도 겪어봤습니다. 1달여간 밤낮없이 대응했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네요
- 특히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포지션에서는, 직접적인 해결책이 아니더라도, 고민을 하다보면 활로가 보이더라고요.
- 예를 들어 사업개발하면서 고객이 요청하는 중요한 요청사항이 내부에서 설득되지 않을 때 스트레스 받기도 하지요. 그럴때는 꼭 초기 요청사항 형태가 아니라도, 우회 방법이라거나, 기능제공 없이 커뮤니케이션만으로 고객에게 도움줄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답니다.
- (꼭 개발적인 f/u 해주지 않아도 고객 불만 해결되는 경우도 많음) 고객 요청이 10여개가 있으면 8개는 간접적인 no를 함. 해준다고 생각보다 효과가 없는 경우도 많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되는 경우도 많음. 물론 고객을 최대한 리스펙하고 피드백주는 것은 중요함.
- 직접 개발안하고도 우회적인 방법이 생각보다 많음..! 하지만 고객 VOC 잘 모아두어야 결정적일 때 개발팀에 의견을 줄 수 있음. (이거 꼭 해!)
- 어떻게 그런 담력이 가지게 되었냐고 궁금하실수도 있는데, 성공과 실패를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쌓인 굳은살 같아요. 열심히 개발해서 제공해도 실제로 유용하지 않은 경우에 내부에 뻘쭘해지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커뮤니케이션 만으로 고객을 이해시키는 경험도 많았거든요.
어떤 사람이 ‘스타트업’ 사업개발에 잘맞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을까요?
먼저, 잘맞을 사람부터 말씀드릴게요. '현장형' 이면 잘 맞습니다. 스타트업에서는 전략형보다는 육감적인 사람이 더 잘한다고 생각해요.
가령 제 동료인 마이클(승호님)은 저와 서로가 가진 장점은 비슷하지만 그 장점의 강도가 달라요. 그런데 사업개발을 하다보면 시장에서 판단을 위한 단서가 적은 경우가 정말 많아요. 육감형은 1~2개 단서에서 빠르게 판단해요. 반면, 전략형은 보다 많이 단서가 모여야, 경쟁자의 행동을 보고서야 판단하죠. 스타트업에서는 ‘이 감’이 되게 중요함.
어떤 사람이 이런 감이 좋을까 생각해보면 맨땅에서 고난의 시기를 겪은 사람들이 그렇죠.이런 분들이 선제적 판단을 좋아하고 또 잘해요. 마이클은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사람이에요. 한창 힘들 때 접시장사도 해보고..
다음으로 안맞을 사람은, 문서 작업 좋아하는 사람이죠. 이런 분들은 ‘문서부터 쓰려고’해요. 하지만 스타트업 사업개발은 일단 고객을 만나야 해요. 어차피 고객 안만나고 쓰는 문서는 쓸모 없는 경우가 적어도 80% 이상이에요. 고객을 만나면 알짜 이야기가 무조건 나옵니다. 좋은 마케팅 카피? 마케팅 담당자 머릿 속이 아니라 고객에게서 나오는 거예요.
어느덧 마지막 질문 이네요. 건국님의 최종 커리어 목표가 궁금합니다.
B2B SaaS 산업의 전문가가 되는 거죠. 삼성전자 시절 저희 팀장님이 그런 분이셨어요. 그분은 외국 대기업에서 B2B를 오래하셨었는데요. 그 분과 회의를 할때면, 마치 MBA 수업을 듣는 것처럼, B2B 산업 전반을 꿰뚫는 인사이트를 주셨어요. 한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축적한 전문가, 고수의 아우라가 물씬 풍겨났죠.
그 분의 역량을 보면서, 국내 대기업에서 왜 그렇게 미국 대기업 출신 임원들을 비싼 연봉을 주고 영입하는지 이해하게 되었죠. 자신의 경험을 활용하여 수백억 매출을 올려줄 사람이라면, 연봉 수십억을 주더라도 모셔오는게 HR의 논리더라고요.(물론 영입인사 대부분은 성공하지 못하지만, 한 두명만 성공해도 비즈니스 임팩트가 엄청나다.)
저는 우리나라의 B2B SaaS 산업이 계속 커나갈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산업이 커질수록 그 분야의 전문가를 비싸게 모셔가려는 시장의 수요도 늘어날거고요. 그래서 이 분야에서 꾸준히 역량을 쌓아가다보면 좋은 기회가 생길거라는 기대로 열심히 역량을 쌓고 있습니다.
커리어의 마지막은 B2B SaaS 창업을 고민하고 있고요. 그날을 위해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어
문희철, BizdevKR 모임 호스트, 채널톡 BD
BDM, 에디터 문희철은 2번의 창업 경험과 출간 경험을 토대로 콘텐츠 에디팅 뿐 아니라 사업 전반에 필요한 제너럴리스트로서의 다양한 스킬과 역량을 더해왔으며, 새로운 일과 어려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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