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100년 전 1920년대 같다
‘대격변 전야’ AI 기술 혁명, 정치, 경제, 세계 정세 등이 100년 전과 유사하다. 어떠한 사건이 다시 반복될까?

AI 시대가 도래하고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 개인도, 기업도 분투합니다.
그런데 너무 저를 비롯 우리가 '개인/기업차원 생산성'에만 몰두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과 기업의 생존과 번영도 거시적인 세계 흐름과 무관하지 않겠지요.
서퍼는 파도를 탈 수는 있지만 파도를 만들 수는 없지요. 개인으로서, 기업 담당자로서 대변혁기 생각해볼만한 사소한 질문을 남겨봅니다.
🧐모두가 AI를 말하는 시대,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질문들

모두가 AI를 말하는 시대입니다. 22년 11월 30일 ChatGPT 등장 이후 기업 환경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보입니다.
Cusor나 perplexity 처럼 지난 3년 새 기업 가치 1조 이상의 AI 유니콘이 수십 개는 탄생했습니다.
- “지식 노동의 생산성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 “chatGPT는 사용자 100만 명까지 도달하기까지 단 5일, 1억 명까지는 2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 “인류 역사상 생성형 AI보다 더 파괴적이고 빠른 속도로, 전 세계 보편적으로 확산되는 기술은 없었다”
이런 이야기는 이제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생산성을 높이자.’ ‘이를 통해 큰 돈을 벌자’도 누구나 하고 있고 자본시장과 기업가들의 초유의 관심사죠. 저는 그보다는 ‘앞으로 세계는 어떻게 변화하려 하는가?’ “본질적이고 파괴적인 변화는 무엇이 일어날까?" 이 질문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너무 큰 변화 위에 있다보면 우리는 그 변화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지요. 작게는 Web과 모바일의 탄생 때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 당대를 지나는 개인인 저는 잘 몰랐습니다. (너무 어리기도 했고요)
종종 역사를 톺아봅니다. 문득 지금 세계 정세가 100년전 1920~30년대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치와 전쟁’, ‘경제와 산업’, ‘사회와 윤리’ 등 영역이 그러합니다.

저는 항상 변혁을 마주할 때는 '오래 살아남은' 사람과 체제의 설계자를 찾아봅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와 구글 에릭슈미트 전 회장, MIT 컴퓨팅 대학 대니얼 허튼로커가 감수한 <AI 이후의 세계>는 본질적인 질문들이 아주 많습니다. 이 책을 보고 든 생각들을 정리해봅니다. 물론 책에는 다음 사례는 없고요. 좋은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단상을 정리해봅니다.
📍AX와 디지털 테일러리즘(?)의 부상

1910년대 초 프레더릭 W 테일러는 ‘가장 효율적인 생산 방법론’을 연구했습니다. T형 포드와 컨베이어 벨트로 대표되는 100년전 산업 생산성 폭발은 인부의 삽질마저도 최적 시간을 계산 / 동작을 구분해야한다는 테일러리즘 사상에 기반합니다. 표준화 / 속도 / 통제는 그 시대 산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였습니다.
덕분에 잉여 생산물은 넘쳐났고, 상업과 증시는 활황이었습니다. 하지만 100년 전엔 지식 노동에 ‘테일러리즘’을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저는 n8n이나 make같은 워크-플로우 툴을 보면 마치 테일러가 다시 현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식 노동에 관해서는 마치 100년 전 공장의 관리자 같아요. 현신한 공장장은 명령합니다.
🧐“문제 인식 - 해결 행동’까지 이어지는 불필요한 반복 작업들을 빠르게 제거할 것”

- 업무를 ‘절차화’시키지 못하면 GenAI(“노동자”)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 단순 반복되는 업무와 업무 간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GenAI’(“단위 노동에 특화된 노동자”)에게 시키자
- 좋은 프롬프트(명령을 명확히 하는 것)를 입력하고 사람(“관리자”)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사람(“괸리자”)이 하지 말자.
게다가 온톨로지Ontology같은 극단적인 가시성과 통제가 가능한 의사결정 환경이 구현되면 이러한 디지털 테일러리즘은 지식 노동에서도 주류적인 사상이 될 것입니다. 비효율로 점철된 저의 하루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한편으로는 단위 생산성이 증가할테니 이전보다 동일 효용 대비 조직은 작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참고해보시면 좋을 글
그나마 물리적인 영역은 덜하겠죠. 실제로 ‘블루컬러’ 노동이 다시 대두되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한 세대 안에 물리 영역을 수행할 로보틱스Robotics 시대가 오겠지요. 앞으로 아주 빠르게 AX로 데이터와 사고의 ‘비효율’을 제거할테고, 타이피스트가 사라졌듯 지식 노동 종사자의 숫자는 크게 감소할 것 같습니다.
📍보호 무역과 블록경제 - ‘어쩌면 소버린 AI도?’

1929년 닥친 대공황은 ‘잉여 생산을 판매할 소비 시장이 없으면, 성장은 유지될 수 없다는 한계’를 드러냈죠. 30년대초 무역은 그 20년대 대비 60%나 감소했습니다. 100년 전 세계는 각 권역별로 자체적인 ‘블록경제’를 형성했습니다.
지금도 어찌보면 비슷합니다. 교과서에서 배우던 WTO, FTA로 대표되는 자유무역은 미국의 관세 압박으로 무력화되어가는 수순입니다. 지난 20년을 보면 1세계/OECD 국가 간 수출에서 ‘세금’이 이렇게까지 화두가 된 적은 없었습니다. ‘비관세 장벽’ 조차도 중국 등 신진 부상하는 BRICS 국가 대상으로 주로 고민하던 대상이었죠.

소버린 AI가 급부상하는 이유도 ‘디지털 주권’ 즉 ‘안보’에 가까운 측면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AI 생태계를 만들고 있고, 대체로 세계는 그 생태계를 따라가지만 자체적인 클라우드/AI 표준을 만드려는 시도도 계속 이어집니다. (유럽의 AWS / Azure / GCP 견제와 미스트랄 AI 등 자체 LLM 제작 움직임.)
📍극단적 사상의 대립과 선전의 용이함

역사학자 후쿠야마가 92년 언급한 ‘역사의 종언’은 불과 한 세대 만에 희대의 사상적 흑역사가 되었습니다.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가 승리함으로써 사회제도의 발전이 종결되어 사회의 평화와 자유와 안정이 계속 유지”된다는 주장보다는 오히려 헌팅턴이 말한 ‘문명의 충돌’이 더 설득력 있어보입니다.
1930년대 괴벨스에게는 신문과 라디오로 대표되는 ‘대중 미디어’가 있었습니다. 파시즘과 국가사회주의(나치즘)는 미디어를 통해 대중 일반에 빠르게 확산되었죠. 그때 도구가 텍스트와 음성이었다면, 2020년대 우리 주변엔 ‘개인화 된(것으로 보이는) 알고리즘’과 ‘AI 생성 영상’들이 있습니다. 2030년대 우리가 만날 선전 도구의 효율성과 효과는 차원이 다를테지요.
AI 시대 ‘자유로운 개인’은 정말 자유롭게 사고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될까요? 어떠한 사상에 영향을 받든 개인은 스스로 사유하는 역량을 잃어서는 더더욱 안되게 되었습니다.
📍유럽, 중동, 아시아에서 국가 단위 전쟁이 정말 일어났다.

국제연합(UN)은 마치 100년전 국제연맹처럼 약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3년 넘게 이어지고 있고,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주변국(팔레스타인, 이란 등)이 지속적으로 충돌합니다. 아시아에서는 태국과 캄보디아가 조기 휴전했으나 실제로 포탄과 로켓을 주고받았습니다. 우리가 불과 5년전 예상하던 세계가 아닙니다. ‘전쟁은 정말 일어날 수도 있는’ 가능성이 되었습니다.
역사 시대 이래 세계에서 가장 긴 장기평화가 깨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세계 곳곳에서 더 큰 정치적, 경제적 불안을 만들듯 합니다. 방위 산업은 더 잘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가치판단은 유보하려합니다.

영화 <피아니스트> 속 주인공은 1939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다 독일군의 폭격을 맞이합니다. 그는 성실한 피아니스트입니다. 끝내 그는 살아남았지만, 그가 경험한 몇 년은 그가 알던 세상은 아니었습니다.
역대급 기술 대격변 시기인 요즘 ‘합리와 효율에 집착하는 개인’들을 마주합니다. 세계는 모든 면에서 빠르게 변하고 있고,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생존과 번영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세계가 변화하는 큰 흐름 속 개인이, 기업이 참 작습니다. '무엇'에 천착하여 큰 흐름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 노력해봅니다.
"기계가 사람보다 똑똑한 세상에서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키신저가 감수한 <AI 이후의 세계>에서 제게 남은 단 하나의 본질적 질문이었습니다.